큐사장은 다수의 정부 기관에서 심사위원으로 위촉을 받아 그 중 NIPA(정보통신산업진흥원) 과제에 지원한 많은 사업계획서를 봐왔습니다. 지원과제 심사위원의 입장에서 서류통과 확률을 높이는 꿀팁을 알려드릴게요.
1. 기관(NIPA 등) 관계자는 내용을 보지 않는다
수 많은 지원자의 문서를 주관 기관에서 내용을 보면서 선정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(그러니 큐사장 같은 심사위원을 부르지요). 기관 담당자가 제일 먼저 하는 게 뭐냐면 바로 결격 사유를 찾는 거예요. 완전자본잠식, 체납, 송사 같은 건이 공고에 결격사유로 있으면 아무리 멋진 계획서라도 본선에 오를 수 없습니다 합니다. 중요한 건, 이 단계에선 여러분의 훌륭한 내용은 보지도 않는다는 거죠.
과제 공고에 명기된 결격사유가 있다면 과감히 포기하시기 바랍니다.
2. 심사위원도 사람이다
이제 위 과정을 통과한 지원자들의 심사를 위해 기관에서 큐사장 같은 분들을 부릅니다. 적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에 걸쳐 지원자들의 사업계획서와 발표자료를 심사하지요. 한 번에 수십 개의 자료를 평가하다 보면 ‘머리가 터진다’란 게 어떤 느낌인 지 알게 됩니다. 양식을 통일한다고 해도 지원 서류마다 용어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심지어 어떤 서류는 양식을 뛰어 넘어 작성이 되어 있네요?
그래서 말인데, 여러분 사업계획서는 쉽게 읽히는 게 최고입니다.
심사위원은 중학생이다: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심사위원이 얼마나 많은 분야를 다 알겠습니까? 엊그제 본 심사도 이커머스, 탄소배출, 제조, 물류, 태양광, 조선, 무역 등 전 분야에 걸쳐 지원서가 왔습니다.
임팩트 있게 쓰세요: 이해도 못 하겠는데 문서와 장표에 빼곡히 글자랑 그림 넣으면 보는 사람 집중 못 합니다. 한눈에 탁 들어오게 심플하게 가세요. 극단적으로 말하면 제목만 보고 다른 내용은 못 봅니다. ‘안 보는 게 아니라 못 봅니다.’
쉽게쉽게 쓰세요: 어려운 말, 전문 용어 막 쓰면 심사위원들 금방 지칩니다. 쉬운 말로 핵심만 딱 적어주세요.
3. 배점표가 바로 정답지다
모든 정부과제 심사에는 배점표가 있습니다. 예를 들어 사업 타당성 20점, 사업 경쟁력 35점 이런 식이죠. 근데 신기하게도, 심사위원 생활을 꽤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딱 한 장으로 배점표에 맞춰서 "왜 우리가 이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지"를 깔끔하게 정리한 회사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요.
평가 항목별로 간략하고 확실하게 정리해주면 심사위원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맙습니다. 호감이 가죠.
내 사업이 일론 머스크를 씹어 먹는 사업이더라도 배점표 양식에서 벗어나 내용을 쓰거나 양식에 맞췄지만 내가 판단하기에 너무 글이 길거나 장황하면 추측할 수 밖에 없습니다.
큐사장의 마지막 한마디
결국 정부과제 심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에요. 명확하고 간결하고 평가 기준을 잘 반영해서 심사위원 마음을 사로잡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. 이 팁 잘 기억해서 좋은 결과 얻길 바랄게요.